
언제인가 너덧 사람 겨우 들어갈 전통한옥 사랑방에 앉아 판소리를 직접 들어볼 기회가 있었다. 진공된 듯 적막한 공간 안에서 창호지를 튕기고 돌아온 소리가 쩌렁쩌렁 심장을 울려댈 때의 전율은 결코 잊을 수 없는 것이었다.
뮤지컬 <인당수 사랑가>는 두 시간 내내 그때의 기분을 다시 느끼게 해준 공연이다.
<인당수 사랑가>는 뮤지컬이라는 장르적 기대에 부응하려는 듯 여러 방면에 걸쳐 크로스오버의 진수를 보여준다. 우선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이 예사롭지 않다. 무대 옆에 있어야 할 도창(창극 공연 때 무대 옆에서 줄거리가 끊이지 않도록 유도해 주고 난해한 이야기를 이해하기 쉽게 해설하는 역할) 할머니는 무대의 중심으로 들어와 주인공과 함께 울고 웃는다. 그런가 하면 추임새를 넣어야 할 고수는 북과 장구는 물론 믹서와 심벌즈까지 동원하여 흥을 돋운다. 구성진 가락으로 시작하는가 싶었던 창극은 알아차릴 듯 말 듯 랩으로 구사되기도 하고 신중현의 ‘미인’ 도입부가 음악에 인용되어 곁들여지고 있다. <인당수 사랑가>에서의 크로스오버는 무대마저 예외가 아니었다. 무대는 물론 객석과 무대 뒤까지 넘나들며 때로는 양팔로 인형극까지 구사해내는 배우들의 동선 속에서 어느새 관객들은 이야기의 한 가운데 녹아 들어간다. 가장 흥미로웠던 건 캐릭터에 대한 전복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인데 예를 들면 우리가 알고 있던 변학도는 온데간데없이 수려한 외모에 중후한 목소리를 가진 변학도가 등장해 춘향이를 진심으로 아끼고 사랑해준다는 식이다.

<인당수 사랑가>는 이러한 각각의 요소들이 과하거나 부족함 없이 팽팽한 균형을 유지하며 잘 버무려져 있는 작품이다. 쉴 틈 없는 변주의 향연에도 불구하고 발단, 전개, 절정, 결말에 이르기까지 탄탄하게 고조되어 가는 이야기 구조속에서 ‘판소리 춘향가’ 의 부분 부분이 온전히 재현되고 있는 모습에선 이 작품이 고전을 차용한 볼거리 수준 정도에서 머물지 않겠다는 의지가 강하게 엿보인다.
더구나 정육면체 속에 들어와 있는 듯, 깊은 공간감을 주는 사다리 아트센터 동그라미극장을 선택한 것에서부터, 배우들의 작은 액세서리 하나하나에까지 싱그러운 봄날의 색감이 흠뻑 묻어있는 무대디자인까지 합격점을 받을만 하다. 특히 클라이맥스에서 인당수를 재현한 부분은 관객들을 완전히 사로잡는다. 작곡가 ‘원일’의 음악이 라이브로 연주되는 가운데 배꼽을 잡게 만드는 조연들의 감칠맛 나는 연기와 실핏줄까지 선명히 목격되는 이몽룡과 춘향의 열연은 말할 것도 없었다.

<인당수 사랑가>는 극적인 이야기를 소리로써 표현하는 우리의 ‘판소리’가 ‘뮤지컬’이라는 장르를 만났을 때 얼마만큼의 상승작용을 할 수 있는지 가늠해 볼 수 있는 좋은 공연이었다. 6년여 공연 기간 동안 보완을 통해 발전해 온 이 ‘지독히 한국적인 뮤지컬’에게 이제는 조심스럽게 ‘완성’이라는 찬사를 보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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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로갈까? 혜화역 1번으로 나와서 미스터피자 골목으로 우회전 직진 좌측 사다리아트센터
언제까지해? 공연은 끝났지만 다음에 앵콜공연 열리게 되면 강추입니다!!
어렵지않아? 부모님을 모시고 와도 정말 좋아하실거예요 ( ^∇^)
극장은어때? 기회가 되시면 동그라미 극장의 아늑한 공간감을 느껴보시길 ( ^∇^)
영화로치면? <로미오와줄리엣.1996>과 <로마의휴일>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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