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토요일, 서울 모처에 등장한 크리스마스트리입니다. 크리스마스까지 한 달하고도 열흘이 남은 시점이었으니 다소 이른 감이 있습니다. 상당수 국민들이 허리띠를 바짝 졸라매고 있는 최근의 분위기를 감안하면 씁쓸해질 법도 합니다.
몇 발짝 물러나 보겠습니다.
트리가 세워진 장소는 서울의 한 대형병원 로비입니다. 투병중인 환자들을 위한 병원 측의 신속한 배려였던 것이죠. 지난해 이곳에서는 환자와 보호자의 소망을 적은 카드로 크리스마스트리를 장식한 바 있습니다. 올겨울에도 병원을 방문한 모든 사람들이 따뜻한 마음을 안고 돌아가게 될 것입니다.
그런데 일부 환자들은 이러한 광경을 볼 수 없습니다. 짧게는 수개월에서 길게는 몇 년씩 병마와 싸우고 있는 중증 환자들 이야기 입니다. 그들은 기력소진과 감염위험 등등의 이유로 트리가 있는 1층 로비까지 나올 수가 없습니다.
어쩌면 이 트리는 환자가 아니라 보호자들을 위한 것일지도 모릅니다. 최소한 중증 환자들에게만큼은 말입니다.
2008 겨울. 어느 병실 풍경
좁은 간이침대에서 새우잠 자며 오랫동안 환자 곁을 지키는 보호자들은 점점 자신감을 잃어갑니다. 환자의 병세가 좀처럼 호전되지 않아서일 수도 있고, 경제적인 어려움일 수도, 재발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오히려 밤잠을 설치고 끼니를 대충 때우는 것쯤은 환자의 숭고한 의지 앞에서 문제가 안 됩니다.
병실에서의 삶은 사실상 바깥세계와의 단절을 의미합니다. 환자의 치료가 시작되는 순간부터 온 신경을 오로지 병실 내에 집중해야하는 까닭입니다. 병원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며 처음에 걱정을 해주던 주변 사람들도 점차 연락이 뜸해집니다. 그런 가운데 주렁주렁 약물을 꼽고 힘겹게 누워있는 환자로부터 ‘미안해’라는 말을 들을 때면 마음이 무너져 내립니다.
병실에서는 사회적 지위도, 지리한 정치논쟁 따위도 없습니다. 가진자와 못가진자도 없습니다. 삶은 고구마 두어 개도 기어이 조각을 내어 서로에게 나눠주는, 다른 환자가 중환자실로 실려가 사투를 벌일 때 간절함 반 미안함 반으로 담담히 기다려주는 동지애가 존재할 뿐입니다. 요 며칠 부쩍 을씨년스러워진 창 밖 초겨울 풍경을 바라보며 보호자들은 생각합니다.
‘작년 이맘 때 있던 이곳에서 올해도 이렇게 저물어 가는구나...’
그러던 지난 주말. 한 명 두 명 병원 로비를 지나치던 보호자들이 때이른 크리스마스트리를 보게된 것입니다. 병실로 돌아간 그들은 이렇게 말했을 겁니다.
“곧 크리스마스야. 힘내자.. 어서 일어나자...”
보호자들에게 남은 유일한 위안은,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 기운을 내는 것입니다. 주변에 투병중인 분이 계시다면 잠시만 시간을 내어 짤막한 문자로라도 응원을 보내주세요. 그순간, 서로들 마음에 작은 변화가 일어날텐데요.. 우리는 그것을 기적이라고 부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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