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미관 해치는 간판오염 개선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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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가 다니는 넓은 대로변이나 오토바이 한 대 겨우 지나갈만한 비좁은 골목, 심지어 산등성이에 이르기까지 사람들이 오가는 곳이라면 어디를 가든 으레 간판들이 자리하고 있다. 개성 없이 비슷한듯하면서도 제각기 천차만별 어지러운 간판들은 등반이라도 하는 마냥 건물 외벽에 경쟁적으로 붙어 있기도 하고 때로는 행인들의 시야를 가리며 아슬아슬하게 머리 위로 삐져나와 있다.


공공디자인 개선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진다고는 하지만 새로 지어진 건물들 역시 예외는 아니다. 외벽을 간판으로 도배하다시피 하여 주변 미관을 해침은 물론, 건물 자체의 품위도 떨어뜨린 신축 대형건물을 보는 건 그다지 어렵지 않다. 사실 도심 간판에 대한 지적이 어제오늘의 이야기는 아니다. 하지만 행인들에게 효과적으로 정보를 전달해야하는 간판의 속성상 업주들의 자발적인 개선을 기대하기란 좀처럼 쉽지 않은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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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북도 진안군 백운면 원촌마을의 간판디자인


전라북도 진안군 마이산 자락, 흰 구름도 쉬어간다는 백운면(白雲面)에 다다르면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 광경을 목격하게 된다. 정겨움과 소박함이 느껴지는 아기자기한 간판들이 오래된 마을과 어우러져 아름다움을 자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흔히 지나칠 수 있을법했던 이 평범한 마을은 지난해 3월부터 전주대 도시환경미술학과 이영욱 교수가 이끄는 디자인그룹과 마을 주민들이 합심하여 동화 속 마을로 탈바꿈하게 되었다.


백운면 관계자에 따르면 처음 간판을 개선하려고 했을 때 주민들의 반응은 다소 의외였다고 한다. 변화를 환영하는 분위기 이상으로 우려의 목소리가 적지 않았던 것이다. 기존의 큰 간판과 큰 글씨에 익숙해있던 탓이었다. 하지만 바뀌어가는 간판들에 주민들의 살아 온 이야기와 마을의 역사가 담겨지고 지나는 이들의 발걸음을 하나둘 붙잡게 되면서 결국 마을주민 모두를 미소 짓게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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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디자인은 국가와 도시의 인상을 결정짓는 ‘의상’이나 다름없다. 로스엔젤레스 산중턱에 설치된 ‘HOLLYWOOD' 간판 구조물은 영화도시를 상징하는 액세서리 중 하나일 수 있으며 산토리니 바닷가 절벽 위의 '하얀 집'들은 그리스가 자랑하는 아름다운 옷이나 마찬가지인 것이다. 비싼 옷을 입는다고 무조건 멋있는 게 아니라는 건 주지의 사실이다. 자기 몸에 꼭 맞는 옷. 우리에게 꼭 맞으며 제 기능을 하는 공공디자인이 분명히 있을 것이나 현재의 모습과는 확실히 거리가 있다.



디자인의 기능성에 먼저 주목하자

우리는 디자인의 기능성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디자인은 이미 일상 속으로 파고들어 단순히 눈으로 보고 지나치는 ‘이미지’로서의 기능을 넘어선 지 오래다. 똑같은 칠판이라도 색상과 모양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학생들이 체감하는 피로감은 현격히 달라진다. 미술이 ‘치료’뿐 아니라 ‘진단’에도 유용하다는 일각의 주장을 무시할 수 없는 이유이다. 그런가하면 어린이 보호구역의 도로는 기존과 대비되는 색상에 지그재그 모양의 선을 입혀 차량의 속도를 줄이는 데 단단히 한몫을 한다. 디자인을 인식한 운전자의 신체가 실제로 반응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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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 디자인 도시체험의 일환으로 베를린을 방문 중인 오세훈 시장


오세훈 서울시장이 디자인 체험단을 이끌고 유럽 선진 디자인 도시 탐방을 마치고 돌아왔다. 그가 유럽을 머물며 체험했을 것들 가운데 혐오시설이던 소각장이 리모델링을 통해 지역주민들에게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었던 것이라든지 음산한 도시에 건설된 친근하고 밝은 미술관 하나가 계층과 지역 화합을 이끌어낼 수 있었던 것 등도 앞서 언급했던 디자인의 기능성과 무관하지 않다. 그러한 점에서 대한민국 국민 절반 가까운 인구의 생활권인 서울의 공공디자인을 개선하고자 역점을 두고 추진해온 그의 행보가 주목되고 있다. 차제에 도시 미관을 해치는 간판 공해의 획기적인 개선도 기대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 각 자치단체마다 경쟁적으로 공공디자인 개선 사업에 열을 올리고 있다. 서둘러 조례를 제정하기도 하고 지역적 특성을 반영하겠다는 청사진으로 발 빠르게 시행에 들어간 곳도 있다. 속속 생겨나는 디자인 부서 이름들도 자치단체 만큼이나 다양하다. 중요한 점은, 언제나 뒷감당은 시민의 몫이었다는 것이다. 자칫 자치단체장의 치적 과시용으로 전락하여 이도저도 아닌 부실한 모양새를 시민들에게 떠안기지는 않을 지 걱정이다. 공공디자인을 급하게 서둘러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도 단순히 눈으로 보고 지나치는 기능 이상도, 이하도 생각지 않았다는 반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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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삭막하고 위험해 보였던 공사장에 디자인을 도입, 보행자에게 안정감을 준 예


막대한 예산이 투입될 공공디자인 개선 사업을 전개함에 있어 가장 선행되어야 할 부분은 시민들로 하여금 자발적인 동기를 갖게 하는 것이다. 개선 이후의 변화를 충분히 분석, 시민들에게 제시하여 설득력을 얻을 수 있다면 시간이 지나도 그 의미가 퇴색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지역경제 활성화를 목적으로 시작되어 마을의 특산물까지 초등학생들이 직접 디자인 해내는 백운면의 느릿한 걸음에서 각 지자체들은 해답을 찾아보아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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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자기 목소리만 큰 거리의 표지판

    2009/03/21 18:28
    삭제
    일상에서 보는 사인 도로 또는 길을 걸어 갈때 우리는 수많은 사인들과 정보를 받아들이며 목적지에 도착한다. 또한 버스를 타기위해 버스 정류장에 있는 이정표를 찾은 후 목적지를 가기위해 버스 노선을 확인한다. 도로와 길 위에서 다양한 정보를 파악하고 필요한 정보를 찾게 된다. 우리 주변에 널려있는 정보들을 살펴보면 정보들은 무수히 많이 있다. 그중 길에서 만날 수 있는 일방통행 및 속도제한 등의 교통표지판, 길을 안내하는 안내표지판, 버스노선 표지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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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엘르
    2008/02/20 15:16
    댓글 주소 수정/삭제 댓글
    정말 좋은 아이디어 인거 같아요...
    우리나라도 단지 회색빛 느낌이 아닌 각 도시와 지역..도로..심지어 골목길에도 개성을 지닌 모습이었으면 해요...
    유용한 내용 감사히 봤습니다..^^
  2. 2008/02/20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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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좋은 글 잘보고 가요~~^^
  3. 요새
    2008/02/20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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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블로거뉴스 별로다 생각했는데 간만에 유익한 글 보고 갑니다.
  4. 반가
    2008/02/20 2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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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고향 이야기네요~ 내가 초등학교 까지 다녔던곳... 정말 시골인데 인심 좋아요~ 그립네요~ 아직도 우리가 놀던 그 흔적이 있는데...
    백운약방~~ 정말 오래됐어요~ 영화속 장면일수도 있는데...^^
  5. gaby
    2008/02/21 0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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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잘읽고 갑니다.
  6. 행운아
    2008/02/21 2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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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운약방 흰구름...햐.. 보기드문 간판입니다.
    도시의 어지러운 간판에 지친 눈이 오랜만에 호사를 했어요.
    재미있고 유익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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